중력

G-슈트

자유지향 2008. 7. 31. 12:52

G- 슈트 

 

‘G- 슈트<중력 방지복>’의 세계
“전투조종사는 첨단 과학을 입는다”
 


▲ G-슈트 최초 개발

나는 1940년에 태어났어요. 호주 시즈니 대학의 생리학자 프랭크 코튼이 아버지예요. 처음엔 아버지의 이름을 본떠 Mark Ⅲ Franks Flying Suit로 불렸어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동맹국 조종사들이, 1942년 이후 태평양전투에서 미군 파일럿들이 즐겨 입은 이후 현재는 전 세계 전투조종사들이 애용하고 있어요.

▲ 조종사 몸속 혈액의 흐름 조절

나의 특기는 복어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에요. 전투조종사들이 하늘 높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기동하면 지상보다 몇 배 이상 되는 하중(G-force)를 받게 되는데, 그때 전투기 내 정교한 공기 밸브와 펌프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해 나를 부풀려 1~2G정도를 감소시켜 줘요.

조종사의 심장과 허리·종아리까지 꽉 조여 주죠. 머리에서 혈액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거죠.청룡열차 타보셨죠?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이렇게 급강하할 때 받는 G는 -0.23 정도예요. 그런데 전투조종사들이 공중 기동시 받게 되는 G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무려 -2~9G에 달한답니다.

미 F-22기나 유로파이터가 설계된 대로 급격하게 곡예비행을 하면 0.5초 만에 중력의 10배인 10G까지 상승할 수도 있데요. ( Tip : 머리가 회전의 중심이 될 때 +G가, 다리가 회전의 중심이 되면 -G가 발생해요. 사람들은 인체구조상 -G에 더 취약하답니다.)

전투기가 고속 선회하거나 커브를 틀면 원심력이 조종사의 뇌에서 엉덩이와 발로 혈액이 쏠리게 만들어 조종사는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해요.

이 현상을 중력으로 인한 의식상실, 즉 G-LOC라고 부르는데 최악의 경우 항공기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종사들은 평상시 훈련을 통해 G-내성을 키워요.고성능 전투기가 개발될수록 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답니다.

▲ 과학이 살아 숨쉬는 장비

나는 불에 타지 않는 천으로 만들어졌어요. 미국 듀퐁사(社)가 특허낸 노멕스라는 소재가 주재료예요. 이 천은 360도에서도 타거나 녹아 흐르지 않아요. (2000년대 초 국내 섬유업체가 개발을 시도했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 때문에 중도 포기했다고 하네요.)

하의(Anti G-슈트)는 배·허벅지·종아리 등에 5개의 공기주머니가, KF-16·F-15K 조종사들이 추가로 착용하는 상의(Chest G-슈트)에는 3개의 공기주머니가 들어 있어요. 안쪽에는 244도까지 견디는 폴리우레탄이 공통으로 들어 있고요.

신체 크기에 따라 일곱 가지 사이즈가 있어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은 스몰 롱(SL : 키 172~185㎝, 몸무게 59~72㎏)과 미디엄 레귤러(MR : 키 163~176㎝, 몸무게 73~86㎏) 사이즈를 가장 많이 입어요. 무게는 1㎏ 남짓. 투박하게 생겼지만 보기보다 가벼워 비행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조종사들은 고등비행훈련을 수료할 때 헬멧과 G-슈트를 개인별로 지급받아 사용해요. 공식적인 사용 기한은 비행 횟수 1000번. 하지만 공기주머니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폐기처분되죠. 비행 때마다 성능검사를 하고 평상시 정비사들이 정성스럽게 손세탁해 줄 때는 VIP가 부럽지 않아요.

공기 밸브와 연결되는 커넥터(Connector) 내부는 원활한 공기 주입을 위해 스프링 코일 세 가닥이 들어 있어요. 외부는 노멕스 천으로 싸여 있고요. 각종 비행서류를 보관할 수 있는 포켓과 비상시 낙하산 줄을 끊을 수 있는 생환용 나이프 한 자루도 들어 있답니다.

배 부분은 천이 말리지 않도록 특수 재봉이 돼 있어요. 형상기억합금 소재를 넣으면 편리하지만 세로로 두껍게 재봉하는 방식으로 형태를 견고하게 유지해요. 작은 쇠붙이 하나도 전투기 조종사들에겐 흉기가 될 수 있어 사용하지 않아요.가격은 남성 양복 2~3벌 값이에요. 하의는 474달러이고, 상의는 550달러예요.

근데요, 이건 진짜 비밀인데요. 헬멧에 내 동생이 들어 있어요. 뒷부분에 어른 손바닥 크기만 한 공기주머니가 들어 있는데 목덜미 부분을 압박해 뇌로 혈액이 쏠리는 것을 방지해요.유로파이터를 구동하는 독일에서는 조종사 몸을 혈액과 동일한 밀도의 액체로 둘러싸고 있는 G - 멀티플러스 G - 슈트를 착용해요.

원리는 G가 발생할 때 하체 부위의 액체 근육이 팽창해 조종사의 하체를 단단히 조여 주는 거죠. 액체를 포함해 전체 무게는 6.5㎏이에요. 항공기로부터 압축공기를 공급받을 필요가 없어요. 센서·밸브와 같은 부속장비도 없고요. 이만하면 전투조종사가 왜 옷이 아니라 과학을 입는다고 하는지 아시겠죠?

※ 도움말= 공군군수사령부 군수관리단 항공장구기술담당 박춘식 준위.

 

2008.06.13 글·사진=송현숙기자 rokaw@dema.mil.kr

 

출처

'중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질  (0) 2008.08.03
중력  (0) 2008.08.01
보일 경우  (0) 2008.06.23
참고  (0) 2008.06.21
Lifter  (0) 200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