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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속박을 끊어내며

자유지향 2010. 3. 16. 02:09

속박을 끊어내며-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겨우내 웅크렸던 어린 싹이 얼어붙은 흙을 뚫고 나오듯 너무도 소중한 우리의 어린 딸이 세상을 향해 포효를 외쳤습니다. 부디 그의 앞날에 근원의 하느님과 네바돈 우주의 상승존재들 모두의 사랑과 보살핌이 함께하기를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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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고대 경영학과 김예슬씨, 학벌만능주의 비판하며 '자발적 퇴교' 선언
10.03.11 17:20 오마이뉴스 (news)

지난 10일 오후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장문의 대자보가 붙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대자보의 주인공은 고대 경영학과 학생 김예슬씨다. 그는 자발적 퇴교를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자퇴가 학벌주의로 점철된 우리 사회와 대학교육의 폐단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글은 김예슬씨가 대학을 그만두며 쓴 대자보 글 전문이다. <편집자말>


▲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 유성호 김예슬


<대자보 전문-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G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그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과 좌절감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그 20대의 한 가운데에서 다른 길은 이것밖에 없다는 마지막 남은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더 거세게 나를 채찍질해 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멈춰 서서 이 경주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시켜 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우월하고 또 다른 너의 자격증 앞에 나의 자격증이 무력하고, 그리하여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 질주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이제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앞서 간다 해도 영원히 초원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 또한 나의 적이지만 나만의 적은 아닐 것이다.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피라미드 위쪽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이 변화 빠른 시대에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는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전문과정에 돌입한다. 고비용 저수익의 악순환은 영영 끝나지 않는다.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는 세계화, 민주화, 개인화의 넘치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격증도 없는 인생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학습된 두려움과 불안은 다시 우리를 그 앞에 무릎 꿇린다. 생각할 틈도, 돌아볼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또 다른 거짓 희망이 날아든다. 교육이 문제다, 대학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생각 있는 이들조차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 우정도 낭만도 사제간의 믿음도 찾을 수 없었다. 가장 순수한 시절 불의에 대한 저항도 꿈꿀 수 없었다. 아니, 이런 건 잊은 지 오래여도 좋다.

그런데 이 모두를 포기하고 바쳐 돌아온 결과는 정말 무엇이었는가. 우리들 20대는 끝없는 투자 대비 수익이 나오지 않는 '적자세대'가 되어 부모 앞에 죄송하다.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이대로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한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에서 답을 찾으라는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깊은 분노로. 그러나 동시에 그들의 유지자가 되었던 내 작은 탓을 묻는다. 깊은 슬픔으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내가 체제를 떠받치고 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 시대에 가장 위악한 것 중에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한번 다 꽃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이제 나에게는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자유의 대가로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도전에 부딪힐 것이고 상처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를 지금 바로 살기 위해 나는 탈주하고 저항하련다.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 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이 때를 잃어버리면 평생 나를 찾지 못하고 살 것만 같습니다.' 많은 말들을 눈물로 삼키며 봄이 오는 하늘을 향해 깊고 크게 숨을 쉰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덕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지만 균열은 시작되었다. 동시에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이제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에 두고 나는 말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0년 3월 10일 김예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자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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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 김예슬'을 보는 두 시선

"나라면... 용기 있다!" VS "그래서 어쩌라고?"

[현장] 대자보 앞 고대생들, '자발적 퇴교' 두고 찬반 의견 분분
10.03.12 10:05 홍현진 (hong698) / 유성호 (hoyah35)



▲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 유성호 김예슬


3월 10일 오후 3시경. 고려대학교(이하 고대) 안암캠퍼스 정경대학교 후문. 개강 2주차를 맞은 고대생들의 시선은 장문의 대자보에 고정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게시판 앞은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을 담는 취재진들도 곳곳에 보였다.
대자보의 제목은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발걸음을 멈춘 학생들은 같은 학교 경영학과 3학년이었던 김예슬씨가 쓴 '자발적 퇴교서'를 한 줄 한 줄 읽어나갔다. 어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끄덕거렸고, 또 다른 학생들은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찬성] "저런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변하는 것 아닐까"

대학교육의 폐단을 비판한 김예슬씨의 글에 대해 고대생들은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었다. 가정교육학과 09학번 최지연씨는 "나 같은 경우에도 뚜렷한 목표 없이 고대라는 학벌만 보고 들어왔고, 들어와서도 딱히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니라 학점에 치여 살고 있다"면서 "저렇게 할 수 있다는 게 용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07학번 장현수씨 역시 "나라면 저런 선택을 못했을 텐데 용기 있다"며 "저런 사람들이 있어야 사회가 변화하는 것 아닐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예슬씨의 글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기계과 08학번 김호진씨는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는 "(김예슬씨의 글이) 희미하게 생각했던 걸 100% 표현해준 것 같다"며 강한 공감을 표시했다. 김씨는 김예슬씨의 글이 "'빚을 내는' 88만원세대라고 하는데 힘들 정도로 빚이 있는 건 아니고, '빛을 내는' G세대라고는 하는데 정말로 빛이 나는지 모르겠고, 꿈을 꾸는데 그게 '꿈'일 뿐인 20대의 상황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면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대] "공감은 하지만, 자퇴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맞는 말이긴 한데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08학번 정경은씨는 "공감하기는 하지만 왜 저런식으로 대자보를 붙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같은 학과 07학번 김진철씨는 "꼭 자퇴를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뒷바라지한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라고"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대에서 교양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남학생 두 명은 김씨의 글을 읽으면서 말했다.

"공감은 하지만 안타깝다. 졸업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김예슬씨의 글은 학생회관 근처에도 게시됐다. 사범대 새내기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학생은 "어제 오후 과방에 있었는데 다들 대자보 얘기를 하더라"며 김씨의 글에 대한 고대생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대자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본인이(김예슬씨) 고민을 많이 했겠지만 저렇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한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이상만 바라보는 게 삶인가. 살려면 이상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고, 현실이랑 타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슬씨의 글에 대한 '찬반논쟁'은 인터넷에서도 뜨겁다. 고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김씨의 글이 올라온 9일 오후 이후로 응원과 비난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김씨는 '고대 자퇴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대자보 옆에 '지지의 글'도 함께 붙어


▲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 유성호 김예슬



김예슬씨의 대자보 옆에는 지지의 글도 함께 붙었다. "후배였던 예슬씨의 선택에 삶의 용기를 얻어 너무나 고마움을 느끼는 경영대생이었던 홍명교"라고 자신을 소개한 홍씨는 김씨의 글 옆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란히 붙여 놓았다.

홍씨는 "이제껏 고려대학교를 자퇴한 사람들, 자기 행로를 바꾼 사람들은 이따금 있었지만 그걸 사건화시키고 선언한 것은 예슬씨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라며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삶 앞에 지쳐서 '헥헥' 대고 있던 저는, 예슬씨로 인해 다시 용기를 얻었으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라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소심하게 응원을 보내고 말 것입니까, 아니면 모종의 실천을 감행하실 겁니까? 다같이 자퇴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모순덩어리 각본 앞에 계속 복종하실 겁니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택하시겠습니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대자보를 읽은 우리들의 의무이자, 예슬씨가 우리들에게 안겨준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이것은 저 자신에게도 던지는 질문이자 여러분에게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학생회관 근처에 게시된 김씨의 '자퇴서' 옆에도 "어찌되었든 나는 당신의 용기있는 선택을 응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이 붙었다.

출처 : '고대 김예슬'을 보는 두 시선
"나라면... 용기 있다!" VS "그래서 어쩌라고?"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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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괴물돼라 강요받는 20대, 이럴거면 대학 왜 다니나"
<이십대 전반전> 저자 서울대생 5명이 보는 '고대 자퇴 사건' 10.03.14 20:15


"김예슬씨 보면서 '대단하다', '와' 하고 끝내면 그건 아니잖아요? 대단하다는 반응을 바라고 행동한 것도 아닐 테고, 자신의 행동을 통해 변화를 원하는 마음도 있었을 텐데…. 이번 일로 20대들이 자기의 현실을 고민해봐야겠죠. 저도 그렇고요." (<이십대 전반전> 저자 최은정, 서울대 독어교육과)

지난 10일 김예슬(고려대 경영학과)씨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서를 냈다. 고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대자보에는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을 떠나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대자보에서 20대를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세대로 표현했다.

비슷한 시기 김씨와 같이 20대의 여러 고민을 안고 책을 낸 이들이 있었다. '불안을 강요하는 세상에 던지는 옐로카드'란 수식어가 붙은 <이십대 전반전>(출판사 골든에이지)의 저자인 5명의 서울대생들이다. 이들 역시 책에서 20대의 양극화를 걱정하고 불안과 우울뿐인 고학력 워킹푸어를 염려한다.

12일 저녁 20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책을 냈다는 저자들로부터 김예슬씨 자퇴사건과 대학교육, 20대의 삶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예슬씨의 선언 "속이 후련하다"

김예슬씨의 생각에 대해 저자 5명은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저자 중 한 명인 최은정(서울대 독어교육과)씨는 김예슬씨 일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한 눈치였다. 최씨는 "솔직히 지금까지 한 번도 사회가 정한 순서를 어긴 적이 없었다"며 "사회가 옳다 한 대로 살고 한 번도 벗어날 생각을 못했는데 김예슬씨를 보며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옳은 건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자인 박은하(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씨는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박씨는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그 친구(김예슬)가 해줘 부끄러우면서도 속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자보를 읽은 느낌을 표현했다.

그는 "인생의 고민이나 철학 얘기를 할 수 없는 지금, (대학은) 단지 친구를 넘어뜨린 훈장이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그런 훈장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각 대학들이) '우리가 더 나은 훈장'이라고 광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김예슬씨 대자보를 보고 학교를 뛰쳐나온 사람과 그 안에 남은 사람을 가르는 것은 본질이 아니"라고 보며 "그것보다 지금 대학이 어떻게 돌아가고, 원래 대학은 어때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 대학원생 통해 더 많은 얘기 흘러나와야 한다"

홍지선(서울대 사회교육과)씨는 이번 일이 '김예슬 스타 만들기'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씨는 "그 사람이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특정한 사람을 스타, 사건으로 만드는 것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며 "김예슬씨의 결정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수현(서울대 대학원 영어학 석사과정 재학)씨는 "(김씨의) 문제의식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대학원 생이나 대학교수와 같이 더 많이 배운 학내 구성원들도 이야기 하기 꺼렸던 주제에 대해 말한 것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퇴해서 인생이 어떻게 되느냐 식의 얘기보다는 예슬씨를 자퇴하게 만든 고민에 공감하고 학내의 다른 교수님과 대학원생들을 통해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흘러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통해 생각이 달라진 저자도 있었다. 07학번으로 5명의 저자 중 가장 막내인 원소정(서울대 사회과학대)씨는 "제가 들어왔을 때에는 취업준비하는 게 대학의 전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원씨는 "이번 책을 준비하고 함께 일한 선배들 얘기를 듣고 나서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아래 학번으로 올수록 그런 대학교 생활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삼성 조직 가르치는 대학, 차라리 취직하는 게 나을 뻔"

대학을 막 졸업하거나 현재에 대학 혹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저자 5명. 대학교육으로 이야기가 옮겨가자 직접 경험한 얘기들이 나왔다.

박씨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삭막한 대학현실에 분노했고, 대학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교 경영대에 다니는 동생이 학교에서 LG, 삼성의 조직이 어떻고 하는 것을 배운다"며 "동생이 이럴 거면 차라리 대학 안 가고 취직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박씨는 대학이 '글로벌'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도 보았다. 그는 "대학이 동아리 활동이나 세미나보다는 영어 공부, 영어 강의를 강요한다"며 "리더의 조건이 이웃에 대한 이해나 역사 의식이 아니라 영어 잘하고 매너 있는 것이란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씨는 선택지를 좁히는 교육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교육은 더 많은 가능성을 선택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 세상이 정해놓은 답안지만 선택하게 하는 게 문제"라고 보았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문씨는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도 점점 많아지는데 대학원이 취업의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도 많이 나온다"며 "대학원에 가면 진짜 학문을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학원 내에서는 자본에 대한 종속 등 문제점을 더 극명하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괴물돼라 강요 받는 20대, 우리 얘기 직접 해야 한다"

박씨는 '20대가 어떤 상황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괴물 혹은 낙오자 돼라고 강요 받는 세대인 것 같다"고 답했다. 남을 짓밟아 성공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하는 양극화 사이에 있는 세대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저자인 홍씨는 <배틀로얄>이란 일본 영화를 예로 들어 20대를 설명했다. 홍씨는 "배틀로얄이라는 게임 구조가 다른 사람을 밟지 않으면 내가 밟히는 것인데 지금의 20대도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았다.

홍씨는 "그런 게임 구조 자체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지금 20대가 남을 밟아야만 하는 것도 환상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구조 자체를 20대가 깨야 하며, 게임 구조 속에서는 아무도 살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이러한 환상을 깨기 위해 "투표를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니까 모든 사람이 조금씩 변하면 지금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씨가 제안한 방법도 홍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씨는 "투표를 잘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어떤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돌아보고 20대들이 블로그나 작은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해 여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20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뜨렸으면 좋겠다(최은정)", "20대인 우리 얘기를 직접 하고 분노를 터뜨리며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박은하)"는 저자 5명.

김예슬씨의 대자보와 <이십대 전반전> 저자 5명의 얘기에 다른 20대들은 어떤 메아리로 답할지 궁금해진다.

출처 : "괴물돼라 강요받는 20대, 이럴거면 대학 왜 다니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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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선택한 김예슬씨, 이것만은...
상고 졸업해 신문사 기자로 살고 있는 내가 본 김예슬씨 자퇴 출처 : 가시밭길 선택한 김예슬씨, 이것만은... - 오마이뉴스


요즘 김예슬씨가 고려대를 자퇴하면서 남긴 대자보가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네티즌들의 의견들이 올라오는 것을 봤습니다. 사실 양측의 주장을 맞다, 틀리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다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먼저 본 필자는 고졸임을 밝히고 이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2007년 8월 10일자에 오마이뉴스를 통해 '상고 졸업 주제에 기자라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기도 합니다.

현재 전라북도 익산에서 조그만한 인터넷신문을 운영한 지 벌써 4년 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계시지만 사실 힘겹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더구나 전주가 고향이고 전주 출신이다보니 익산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어 더욱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고가 없더라도 대학교만 나왔어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기자라고 하면 모름지기 대학교를 졸업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분위기는 늘 감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조차 졸업하지 않으면 인간 취급(?) 받지 못하는 세상인데 고졸이라는 학력 가지고 신문사를 운영한다며 기자라고 뛰어 다니니 사람들이 얼마나 우습게 여기겠습니까?

본 필자가 서울지역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하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그 학벌 자체만으로도 신문사 운영하는 데 별 어려움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며칠 전에 이번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나서는 한 후보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같이 있던 한 지인에게 제 소개를 하면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 신문사를 운영하는 대표라고 소개하는 것입니다. 전 그 자리에서 "아닙니다"라면서 "고졸입니다"라고 정확하게 말을 하자, 일순 분위기가 어색해졌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 곳곳에서 느껴지는 좌절감은 가슴이 답답하고 혼자 가슴앓이 하는 것을 넘어 뼈 마디 마디가 아플 지경입니다. 그런데 김예슬씨의 자퇴를 바라보는 저는 한 편으로는 공감하면서도 그렇게 혼자 외친 소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아마도 곧 잊혀질 것이고 김예슬씨도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학력만 인정해 주는 대한민국에서 김예슬씨가 자퇴를 했으니 고졸이 최종 학력이 되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대학을 나오고 안 나오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초심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네티즌들 의견 중 이런 것이 있더군요. "김예슬씨의 자퇴의 용기를 찬사를 보내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능력을 키워 사회를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요. 과연 그럴까요?

고려대라는 졸업장은 대한민국에서 인정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어지는 프리미엄은 점점 커져만 갈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집단에 매몰돼 처음 마음가짐이 퇴색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예를 들어 법대에 들어가는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대부분은 "억울한 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변호사 또는 판·검사가 되겠다"고 말을 하지요.하지만 이들이 졸업하고 그 조직 안에서 지내는 세월 동안 그 처음 마음은 어느 새 눈 녹듯이 사라지고 기득권층에 매몰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지 않나요?

물론 전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 처음 마음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학을 나와야만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라는 선입견보다는 비록 고졸이지만 아니 종졸이지만 이 사회를 지탱해 가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고, 대학 졸업장이 없이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대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을 통해 더 많은 지식과 식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본인같은 경우에는 직접 사회에 부딪히면서 지식을 배우고 식견을 키우고 있어 꼭 대학교를 들어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단지 학연을 이용해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졸업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요.

지금도 본 필자는 처음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제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또한 익산 지역에 있는 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졸업생을 리포터로 대동하고 인터뷰를 하고 다니면서 늘 기자 정신을 말하고 있기도 하고요.

즉, 고졸인 저에게 기자정신과 취재윤리 등을 다시 배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자는 촌지를 받으면 안 된다, 기자는 정치권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 기자는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져야 한다 등을 귓에 못이 박히도록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 졸업생은 저를 통해 새롭게 배우고 있다며 감사하다고 하는데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본 필자는 몸으로 배운 것을 말해 줬을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을 하고보니 제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신문사 운영은 말 그대로 적자만 늘어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떳떳하기에 그 어느 누구에게도 눈치보지 않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아무튼 너무나 횡설수설하는 글을 쓴 것 같아 죄송하지만 김예슬씨의 자퇴를 보면서 그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주지만 앞으로 닥칠 시련을 이길 수 있는 내공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껴오는 절망감, 고졸이 최종 학력이라는 것 때문에 싸늘한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많은 시선들을 극복해 대자보로 남긴 글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또한 김예슬씨가 학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사는 동안 변화되어 가는 사회를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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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품가치 들통났다, 긴장해라 대학들아
고려대 김예슬 학생이 선택한 '인간의 길', 건투를 빈다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한 고려대 학생이 쓴 '자퇴 선언' 대자보가 화제다. 신문에 인용된 글을 보니 "큰 배움 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돼 부모 앞에 죄송하다"는 것이 자퇴의 이유로 보인다.

좀 가볍게 얘기하자면, 수천만 원의 등록금과 수년의 시간에 대한 '본전 생각'이 든 것이다. 오해는 말기 바란다. '결국 돈 때문이야'라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온갖 복잡한 문제들과 닿아있을 이번 사안을 조금 단순화해서 살펴보자는 뜻이다.


적자세대 고려대 김예슬 학생의 자퇴

언제부턴가 대학 등록금은 매년 두 자리씩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중반쯤이 그 시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대한민국에 상륙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조금씩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자유화와 개방화(세계화) 그리고 유연화라는 더 없이 세련된 지상과제들 앞에 그동안 익숙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렸다. 1996년 대부분의 대학들이 기존의 학과 체제를 허물고 '학부제'를 시작한 것도 그런 변화 가운데 하나다. 학부제와 학과 체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 제도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당시 대학 사회 안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학 등록금이 두 자리 수로 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세계 100위권 대학,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학 당국도 등록금을 무턱대고 올려대는 것이 민망했는지 서로 눈치를 보다 급기야 '담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몇몇 주요 대학들이 인상률을 소수점 아래 숫자까지 맞춘 것이다. 명백한 불법이었지만 정부는 침묵했다.

결국 1996년 3월에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일제히 강의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김영삼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까지 겹치면서 대학생들과 정부는 날카롭게 부딪쳤고, 결국 그 과정에서 연세대 법학과 2학년이던 노수석 군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벌써 14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14년간 대학 등록금은 금융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올랐다. 그것도 아주 '무섭게' 말이다. 매년 봄이면 등록금 인상을 둘러싸고 학생들과 대학 당국 그리고 정부의 마찰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물론이다.


등록금 인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대학교육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은 지난해 7월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 등록금' 이행, '등록금 상한제·후불제 ·차등책정제' 입법화, 고등교육재정 확충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다시 첫 머리에 쓴 '본전 생각'으로 돌아가 보자. 온전히 시장 논리로만 보면 '등록금'은 대학 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렇다면 역시 온전히 시장 논리로 이런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정말 대학 교육이라는 것은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야 할 만큼 '가치있는' 상품일까, 다시 말해 대학 교육은 과연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쓸모가 있을까.


대학 교육을 역시 단순하게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으로 본다면, 이 상품의 가치는 졸업 이후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매겨지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어느 정도나, 또는 얼마나 다양하게 뒷받침 하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오늘 대한민국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대학 교육의 가치(가격)가 턱없이 높게 매겨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엊그제 사상 최초로 대학진학률이 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원인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대학 교육의 비용 대비 효용에 대한 회의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분석이 사실이라면, 대학 교육이라는 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대학 교육의 변화 속도는 결코 등록금 인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정문.

고려대 김예슬 학생이 선택한 인간의 길, 건투를 빈다


 

해법은 간단하다. 대학 교육의 가격을 그 가치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대학 등록금을 떠받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거품을 빼야 한다. 더 이상 아무 쓸모도 없는 상품을 사기 위해 수천만 원의 돈을, 그것도 감당할 수조차 없을 빚을 져가며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 당국과 이명박 정부가 좋아하는 시장 논리가 아닌가. 이제 우리 사회가 대학 등록금의 '본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자보에 이런 글도 등장한다.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해도 탑은 끄떡없을 것이다."


 

부디 속단하지는 말기 바란다. 블로그에 올린 글도 아닌, 그저 자보 몇 장에 휘갈겨 쓴 글이 모 신문의 1면을 장식했으니 그 울림이 어디까지 전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 않은가. 학생이 선택한 "인간의 길", 그 울림이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자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글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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